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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0 00:05

많은 생각이 드네요

조회 수 387 추천 수 0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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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개인사정이 많아 기분이 안 좋은데, 아스날과 슈퍼리그 때문에 심란한 밤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중대 기로에 섰습니다. 아스날 축구를 더 봐야하나...정확히는 왜 봐야 하나 고민중이네요.

요 몇년 아스날 축구가 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성적도 못 챙겼고, 아스날스러운 가오도 많이 사라졌고요.

아름다운 축구냐, 성적이라는 실리냐, 과거 4스날 시절 하이버리에서 그런 논쟁이 참 많았는데 그 시절마저 그립네요.

적어도 둘 중 하나는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가능했던 사치스러운 논쟁 아니었나 싶어요.

재미란 게 이렇게 소중한 건지 요즘 깨닫습니다...

 

아스날 축구를 20년 좀 안 되게 봤습니다.

주중에는 아스날 축구를 기다리고 주말에는 아스날 축구를 보면서 일주일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번 시즌 처음으로 축구 보면서 졸아봤습니다.

끔찍하죠. 지금 아스날이 하는 축구는 아름다움이 없는 아름다운 축구일까요, 실리가 없는 실리 축구일까요.

마이클 조던이 말했고 벵거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는데, 우리의 일은 주중 빡세게 보낸 팬들을 위로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잖아요.

요즘 그 의미를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재미가 사라지니까 알겠더군요. 스포츠에서 재미가 얼마나 중요했는지요...

사실 당연한 거였는데, 엔터테인먼트니까 재미가 중요한 건 정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의식할 일이 없었습니다...

저는 재미 없게 사는 사람입니다. 팍팍한 작업을 하루 내내 하고, 별 취미도 없고, 이 시국에 다들 그렇겠지만 사람도 많이 못 만나고,

아스날 보는 게 정말 몇 안 되는 인생의 엔터테인먼트인데, 주말에 아스날이 저래버리니 고역이더군요.

요 몇년 공부나 일보다 축구가 재미없던 적이 너무 많습니다. 공부나 일이 재밌었단 얘긴 결코 아닙니다. 그보다 지루한 축구를 일상의 관성으로 봤단 이야기죠.

 

물론 과거에도 재미 없는 경기는 많았지요. 굴욕적인 경기도 많았고요.

그래도 아스날 축구를 계속 볼 수 있었던 건, 사람들마다 다 이유가 다르긴 하겠지만,

제 입장에선 아스날이 명예가 있는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어려운 주변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어쨌든 팬들에게 재밌는 축구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런 명예요.

 

요즘은 그 명예조차 희미하였지만, 그 와중에도 꾸역꾸역 아스날 축구를 봤던건...

전 그래도 당장은 어둡지만 언젠가 아스날이 유럽축구에서 경쟁력 있는 팀이 될 거라 믿었기 때문이죠.

우리가 다시 축구를 잘 하게 돼서 그럴 줄 알았어요. 정말 순진하고 멍청한 생각이죠.

아르테타가 잘하든, 다른 감독이 잘하든, 사카가 20-20을 하든, 크론케가 돈을 정말 많이 써서 음바페 홀란드가 아스날로 오든

어쨌든 축구를 잘해서 다른 팀을 이기고 다시 최고의 무대로 나아갈 줄 알았지,

지금 당장 이 순간 돈이 많고 힘이 쎄다는 이유로, 영원한 철의 장벽을 세워 대부분의 유럽리그 및 클럽을 작살낸 후 기득권을 굳히는 방식으로 갈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살면서 돈이 많고 힘이 쎄다는 이유로 맘대로 하는 거 우리 모두 정말 질리도록 봅니다.

그걸 굳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상대를 만날 때는 피곤해 죽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절반 이상 열과 성을 다해서 응원했던 아스날이 이러고 있네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슈퍼리그 프로젝트가 가속화됐다는 분석도 있던데, 사실이라면 아스날은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지금이니까 나 이 동네 대장입쇼 하고 어깨 들이미는 것이지, 10년 후에 페레즈와 아넬리가 슈퍼리그 하자고 불러모았으면 우리가 지금 레스터나 리즈 신세였을지도 모르는데요.

무관중 경기장에서 욕 안 먹는 것은 덤이고요.

 

그리고 아스날이 왜 돈이 많고 힘이 쎄냐면,

단군할아버지가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터잡으셨듯이 100년 전에 헨리 노리스가 메트로폴리스 런던에 터잡으신 덕이고

벵거, 앙리, 베르캄프, 아담스 이런 사람들이 20~10년전에 축구를 꽤 잘한 덕이죠.

슈퍼리그 참가팀들은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거라 하지만, 적어도 아스날에겐 잘못된 표현이거나 아직 알 수 없는 일에 불과합니다.

찬란한 건 우리의 과거죠. 그걸 잘 팔아먹은 덕에 저 자리에 있는 거고요.

같이 슈퍼리그 돌아가는 AC밀란하고 토트넘 조롱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랑 별 차이도 없는데...그나마 토트넘은 우리보단 최근에 경쟁력 있는 덕이고요.

우리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의 슈퍼스타 하이라이트 영상을 위한 장작이 될지 어떻게 압니까.

그래도 돈은 많이 벌겠죠...그걸 노리고 들어가는 것이고요.

 

돈은 많이 벌 거라고 예상되니까 이게 또 월급쟁이스러운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작년에 코로나 사태, 우리나라만 놓고 봐도 자영업자들 다 말라죽어가는데,

당시 사람이 수없이 죽어나가던 영국에서 아스날이 55명 짜르지 않았습니까.

빙하타고 내려온 구너사우르스 멸종할뻔 하다마는 촌극도 있었고요.

선수들 주급 깎을 때 직원 안 짜르겠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요. 작년에 외질이 옳았던 몇 안 되는 순간이었죠.

이 시점에 돌이켜보니 어차피 슈퍼리그 잭팟 터트릴 건데 그들에게 주는 돈이 뭐 그리 아까웠는지요.

거기 주기 그렇게 아깝답니까. 너무 아까웠겠죠. 너무 아깝고 비효율적인 운영이며 돈은 한푼도 허투루 쓰면 안 되는 법이죠.

그게 제가 좋아했던 아스날의 모습은 아니네요. 명예로운 모습이요...

 

하루종일 허탈감에 젖어있었네요. 일단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제 정말 축구를 끊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은 아닙니다. 재미가 없는 건 참을 수 있죠. 근데 정이 떨어지는 건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스날이야 뭐 저 같은 거 있든 말든 잘 먹고 잘 살겠죠. 슈퍼리그 기대하는 팬분들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관점, 기대, 매력이 다른 건 당연하니까요....

그냥 제 얘기만 하자면, 아스날이 앞으로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내가 대체 그간 이걸 왜 보고 있었는지, 왜 이걸 계속 봐야 하냐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못하겠는데 어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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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rnine 2021.04.20 00:14
    이제 진짜로 벵거의 '야 우리가 목숨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자세에 감화된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늙은이들은 뒷방에 찌그러져 있으라는게 시대의 요구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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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사 2021.04.20 10:18
    벵거가 없어도 최소한의 가오는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참 천진난만했네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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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쏘 2021.04.20 00:31
    참.. 씁쓸한 날입니다.
    저도 거의 20년을 서포팅 해왔는데 그 모든 추억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입니다.
    결국 이런 결말을 보기 위해 그토록 열정적으로 응원해왔던 걸까요?
    뭔가 긍정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해도 쉽게 떠오르지가 않네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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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사 2021.04.20 10:33
    정말 슈퍼리그측 계획대로라면 용꼬리라도 들어가는 게 무조건 이득이긴 하겠지만
    그게 아스날의 이득이고 크론케의 이득일수는 있어도 우리의 이득인진 모르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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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자단 2021.04.20 00:40
    아이고... 시니사옹 오랜만이에요... 저도 요즘은 아스날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하이버리가 그리워서 한번씩 들어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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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사 2021.04.20 10:30
    하벌 채팅방 있던 시절 생각나네요! ㅠㅠ 참 오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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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서 2021.04.20 00:45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알면서도...
    현 아스날은 가오 빼면 시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제 진짜 시체를 응원하는 느낌입니다. 결국은 다 비즈니스일 뿐이네요.
    언급하신 벵감님의 철학에 반해서 아스날 팬이 되었는데 그 색깔이 거진 지워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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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사 2021.04.20 10:41

    십수년간 가장 좋아하던 걸 두고 이걸 내가 왜 좋아했더라 스스로 묻게되는 게 기분이 참 별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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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ap 2021.04.20 01:30
    착잡합니다...
    결국 크론케의 돈놀이에 제 인생 일부가 희생당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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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사 2021.04.20 10:38
    제 삶의 너무나도 중요한 일부분이었는데 어제부터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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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엠엘 2021.04.20 10:17
    그냥 축구에 스포츠에 요즘 세대들이 관심이 떨어졌어요.
    요즘 얘들한테 물어보세요.
    우리때야 해외축구얘기했지 요즘은 유투버, 롤 얘기합니다.

    챔스? 롤챔스 얘기를 더할껄요
    축구 얘기는 피파 게임 으로 할겁니다.

    한국이 유독 심한것도 있지만 외국도 비슷합니다.
    야구 본고장 미국도 젊은이들이 야구 덜보는시대인데요.

    그냥 바뀌어야 축구고 뭐고 살아남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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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사 2021.04.20 10:30

    영세한 사업도 아니고 평소에 그 돈을 퍼다 쓰는 팀들인데
    이게 뭐라도 해서 살아남겠다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더 크게 해먹겠다고 봐도 크게 틀릴 게 있나요...
    둘 중 무엇이 진실에 제 입장에선 정이 뚝 떨어진단 얘기였습니다. 아스날이 이 혼란한 정국에서 살아남든말든 제가 보기 싫은 걸 어쩌겠습니까.

    바다 건너 한국에선 의견이 갈리는 정도지만 거기선 감독, 선수도 거부하고 팬들은 죽어도 싫다고 하지 않습니까. 영국 정부는 선전포고했고요.
    이 정도면 페레즈, 아넬리와 미국 사업가들 보기에 현저히 불합리한 지금 리그운영방식, 승강제가 있는 리그의 상위팀이 유럽대회에 나가서 다시 경쟁을 하는 방식이
    개혁을 한다 치더라도 건드릴 수 없는 이 스포츠의 본질일 수도 있는 거죠.
    그분들이 브라이턴 대 풀럼 같은 경기 누가보냐고 하겠지만, 저기 사람들은 아무도 안 보는 브라이턴 대 풀럼이 있기 때문에 리버풀 대 레알마드리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데요.

  • ?
    이엠엘 2021.04.20 11:54
    제가 필력이 구려서 제 생각을 잘 전달 할수있을지 모르겠네요.

    더 크게 해먹기 위해 나간것이 맞습니다.
    어짜피 이런저런하며 이유를 대봐야 빅클럽들 돈많은 구단주들은
    돈 때문에 나간거죠. 돈이 억만금 있어도 더 벌길 원하니까요.

    기존의 축구의 문화들이 변질 되어서 보기 싫으실수 있죠.
    더 변질 될겁니다. 현대인들에 맞춰서... 경기시간도 축소하거나...
    할수만 있다면 11vs11 이라는 것 조차 바꿀수 있겠죠. 그렇게까지 할까싶긴하지만...

    어째든 지금 유에파 아래에선
    var 캐드질, 질 낮은 심판, 이해 안가는 일정들 등등
    변할수가 없다고 판단 됩니다. 이것조차 이해해야할 축구의 한 문화라면... var도입도 하면 안되는 것이였죠.

    돈을 더 벌기 위해 뛰쳐나갔고, 변화하기 위해 뛰쳐나갔습니다.
    악당이 되더라도 말이죠.

    전 이미 자식처럼 변해버린 아스날이라서...
    지 혼자 잘살자고 선택했지만, 살아남은거에 감사하며... 볼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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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ny 2021.04.20 12:38
    나의 아스날이... 크론케의 돈벌이의 수단이였는데. 도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요.. 참 순진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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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리53 2021.04.20 18:18
    스포츠의 상업화가 글로벌중계가 시작되면서 가속화 되었고

    스포츠가 돈이 된다는 것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냄새를 맡은 순간 예견된 수순이었나 봅니다

    저는 아스날을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참가 거부하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도태가 확정된 것이니까요

    현지 팬들 입장에서는 정말 아쉽고 밉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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